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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탈세계화 빨라진다는데…

By November 13, 2020 No Comments

코로나19 이후 세상에 대한 예측 중 세계화 후퇴에 대한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화는 얼마나 진전되어 있을까. 최근 징용 배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 이전에 스파이더맨 제작사 컬럼비아가 소니 소유라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소프트뱅크가 한국인을 고용해 한국에서 사업하는 쿠팡의 대주주이므로 쿠팡은 일본 기업일까. 이처럼 세계화된 세상에서 기업 국적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도 의미 있는 일도 아니다. 국적이 분명한 경우에도 직원이나 제품 가치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조달되는 경우가 많고 인수·합병(M&A)에 따라 다시 변하기도 한다.

공급체인을 변경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은 최근 미국의 화장실 휴지 부족에서 잘 드러난다. 초기에는 사재기로 인해 공급이 부족했으나, 1인당 소비량이 급증한 것도 아닌데 왜 공급 부족이 지속될까. 이는 소비자용과 기업용 공급망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 집에서 생활하면서 가정용 소비는 급증한 반면 기업용 소비는 감소했다. 그러나 생산설비, 계약체계 변경 등은 신중한 결정을 요하는 일이라 기업용을 생산하는 회사는 소비자용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 후퇴에 대한 예측은 공급체인이 중국에 의존함으로써 나타난 문제점에 주목한다. 발병 초기, 정보를 은폐한 중국은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 2개월 반의 전 세계 생산량에 해당하는 마스크 20억장을 사들였고,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만든 마스크에 대해 수출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생산설비 공동화로 인해 의료보호기구 부족을 겪고 있다. 1980년대 미국에는 30여 개 항생제 생산시설이 있었으나 페니실린 공장은 2004년 모두 문을 닫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자각으로 공장을 자국으로 송환하면 보조금을 주는 국가가 증가하고, 미국은 중국에 대한 연방연금 투자 중단을 종용했으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경제 자립을, 유럽연합은 전략적 자립을 선언했다.

탈세계화의 근거로 떠오르는 글로벌 생산체계의 문제점, 즉 공급 유연성 약화로 인한 위기 증폭도 근거가 부족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전염병도 정점에 이르는 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위조품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중국은 정점에서 먼저 벗어나 이전보다 12배 많은 마스크를 생산하며 공급 부족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즉, 탈세계화와 위기관리는 구별돼야 한다. 바이러스 초기 일부 부품을 중국에 의지했다가 생산 중단을 경험했던 현대자동차나, 2010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3%를 담당하고 있던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함으로써 어려움에 빠졌던 일본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생산시설을 대부분 국내로 가져오기보다는 자국을 포함해 다양한 곳에 분산함으로써 정치적 격변, 자연 재해 등 국지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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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를 근거로 한 탈세계화는 세계화의 근본 원인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기업은 왜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길까. 2007년 애플은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아이폰 화면을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교체하고자 했는데 이를 신속히 이행할 수 있는 것은 중국 생산업체였다. 아이폰 제조에 필요한 대규모 산업 엔지니어를 신속하게 조달하는 일도 중국에서만 가능했다. 즉 디자인 변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 인력 확보의 용이성이 애플에는 인건비 절감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다.

글로벌 생산체계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사회주의 시스템의 불투명성과 중국 중심 공급망의 위험성을 일깨워 주었지만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하는 중국의 생산망을 대체할 방안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탈중국화가 가속화한다면 이는 경제적 이유보다는 심화되고 있는 미·중 정치적 갈등에 기인할 확률이 크다. 바이러스 이후의 세계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세계화를 지속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데 달려 있을 것이다.

[송명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 경영대학 교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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