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mk.co.kr)

[Science] 암 이어 코로나까지…또 다시 이슈가 된 동물 구충제

By May 5, 2020 No Comments

지난해 동물용 구충제로 암치료 효과를 봤다는 주장이 커다란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반 구충제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도출돼 또 다른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당연히 의학계는 구충제가 만명통치약이냐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으로 구충제 치료 효과를 폄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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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구충제가 어떤 원리에 의해 암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다는 걸까. 그리고 실제로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살펴볼 방법은 없을까.

구충제(驅蟲劑·anthelmintics)는 글자 그대로 몸 안 기생충을 박멸하는 약물, 즉 `기생충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현재 국내 약국에서 판매되는 구충제는 알벤다졸, 플루벤다졸, 프라지콴텔 성분 약품이다. 호주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켰다고 주장하는 이버멕틴(Ivermectin) 성분의 구충제는 수출용으로만 허가가 나 있고 국내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 성분 구충제는 주로 익히지 않은 채소로 감염된 회충, 요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 선충류를, 프라지콴텔은 어패류나 덜 익힌 육류에 의해 감염된 흡충과 조충을 없앤다.

구충제는 기생충의 미세 단백질에 들러붙어 기생충이 영양(에너지)분인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억제함으로써 알·유충까지 박멸한다. 숙주(host)인 사람의 장관(腸管)에서는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의 혈중 포도당 농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고 기생충을 죽이는 것이다.

이 같은 구충제 작동원리는 항암치료법 중 하나인 색전술(塞栓術), 그리고 항(抗)바이러스제 치료 원리와 비슷하다. 색전술은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화학물질을 이용해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간암 색전술의 경우,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간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혈관에 특수 항암 약물을 주입한 뒤 혈관을 막아 간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에이즈나 에볼라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역할을 하는 살상T세포에 바이러스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일부 바이러스는 기생할 숙주의 면역세포를 기습적으로 점령해 바이러스를 죽이는 T세포의 손발을 묶어버린다.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붕괴되면 몸안의 자연항체 생산도 멈추게 되고 이렇게 되면 병원균 감염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항바이러스제가 외부 바이러스가 T세포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세포부착 억제제 역할을 함으로써 바이러스 사멸을 유도한다.

호주 모내시(Monash)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Biomedicine Discovery Institute)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 연구팀은 지난 3일 구충제 이버멕틴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이내에 죽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Antiviral research)`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항바이러스 연구`는 인용지수(IF) 4.0대의 대표적인 바이러스 전문 학술지로 공신력이 있다.

왜그스태프 박사는 “단 한 번 투여로 24시간 후 코로나19 바이러스 RNA가 상당 부분 줄었고 48시간이 지나자 RNA 전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구충제인 이버멕틴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사멸시키는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버멕틴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방어력을 약화시키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안에 침투하면 면역과 외부 병원균 살상을 담당하는 헬퍼T세포(림프구)를 무장해제시킨 뒤 무한 복제에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는데 이버멕틴을 투여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T세포 기능을 떨어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T세포가 활성화되면 B세포(플라스마 세포)에 명령해 자연항체를 만들고 외부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

이, 옴, 강변, 분선충증, 림프 사상충증 등 각종 기생충 질병을 치료하는 구충제인 이버멕틴은 1970년대에 미국 머크가 일본 기타사로연구소와 함께 공동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연간 3억명의 기생충 감염 환자에게 쓰이는 이버멕틴은 최근 에이즈, 뎅기열, 독감, 지카 등 바이러스성 질병치료 연구에도 이용되고 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이버멕틴이 인체에서 적정하게 작용하는지 여부가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이버멕틴 성분 동물용 구충제를 판매할 경우 반드시 구매자에게 용도를 확인해달라고 회원 약국에 알린 상태”라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해당 논문을 검토했으나 이버멕틴을 사람에게 투여해 효과를 검증한 게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라며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이며, 임상에 검증된 결과가 아니므로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구충제는 지난해에도 `펜벤다졸`이 항암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이 됐다. 펜벤다졸은 미국 FDA가 개나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을 승인한 구충제다. 지난해 미국 소세포폐암 말기(확장성 병기)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를 먹고 암이 완치됐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뒤 국내 암 환자들이 앞다퉈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최근까지도 펜벤다졸을 찾는 암환자가 적지 않다.

펜벤다졸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는 벤다머스틴이라는 항암주사제가 2008년 FDA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등 혈액암 치료 목적으로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는 점도 펜벤다졸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펜벤다졸은 골수 억제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펜벤다졸은 동물에서 구토, 설사, 알레르기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용량 복용 시 독성 간염이 발생한 사례가 학술대회에서 보고된 바 있다. 의협 관계자는 “펜벤다졸에 대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5000~1만개 신약후보 물질 중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10개 정도만이 남고, 수십 명에서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상, 2상, 3상의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1개 물질만이 신약으로 허가된다. 이러한 과정은 보통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정 약의 치료효과는 일부 환자의 경험이나 사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나 질병이 저절로 좋아지거나 심리적 안정 혹은 다른 이유로 호전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알에 1천원…싸지만 소중한 건강지키미 구충제

2013년 기준 130만명 기생충 있어
민물고기·어패류가 주요 감염경로
반려동물 늘며 배설물·털도 `주의`
봄·가을 한차례씩 구충제 먹어야

기생충은 세균(박테리아), 바이러스, 진균 등과 함께 질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병원성 미생물`이다. 인류의 의료 역사는 이들 병원성 미생물을 퇴치하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까지 기생충 질환은 사라졌다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적지 않은 환자가 기생충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 `전국 장내 기생충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생충 보유자는 총 130만명이다. 이들의 장내 감염 기생충을 살펴보면 어패류 섭취로 인한 간흡충, 요코가와흡충, 참굴큰입흡충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편충과 회충이 그 뒤를 이었다.

구충제는 1년에 봄과 가을 두 차례 챙겨 먹는 게 좋다. 몸 안의 기생충을 제거하는 사람용 구충제는 보통 1알당 1000원 안팎(알벤다졸 성분 400.0㎎ 기준)이면 구입할 수 있다. 기생충 감염은 주로 충분히 익히지 않은 육류나 어패류를 섭취했을 때 일어난다. 흔히 먹는 소, 돼지 같은 가축의 고기와 민물고기 및 조개나 게 등의 어패류가 대표적인 감염 경로다. 동물 분변을 통해 토양에 섞여 있던 기생충이 깨끗하게 씻지 않는 채소류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애완동물이 늘면서 개회충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 개회충증은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 배설물에서 떨어진 기생충 알에 의해 오염된 토양이나 음식물, 동물 털이나 몸에 있던 유충에 의해 감염된다.

개회충은 몸속에 들어와 장속에 가만히 있지 않고 몸속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간이나 폐와 같은 장기로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거나 임상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충이 사멸하고 자연 치유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유충이 눈으로 옮겨가면 눈에 염증을 일으켜 망막세포를 파괴하거나 시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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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육류를 충분히 익혀 먹는 게 중요하다. 기생충은 열에 약해 70도에서 10분 정도만 가열해도 죽는다.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도 중요하다. 회충에 감염된 흙이나 모래를 만질 경우 손이 기생충에 오염돼 인체 내부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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