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mk.co.kr)

[Science] 의료붕괴 직전까지 경험…의대정원 확대·원격의료 불지폈다

By March 27, 2020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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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기세는 한풀 꺾였다. 지난 1월 21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코로나19는 27일 현재 두 달 넘게 전국을 초토화시키며 의료계에 많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언제든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은 국가재난을 넘어 국가안보가 됐다. 감염병과 맞서 싸우는 의료진은 군인이 됐고 진단기기와 음압격리병동, 산소호흡기, 입원실 및 병상 규모는 군사장비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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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각국이 전시 상태라며 군대를 동원한 것도 감염재난이 전쟁 못지않게 환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현재 전 세계 182개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최소 2만4090명에 달한다.

◆ 코로나19는 의료계에 무엇을 남겼나

병원과 의료진, 국민,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잘 훈련된 팀`처럼 움직였다. 정부가 초기 안일한 대처를 했지만 병원은 자발적으로 선별진료소 설치와 함께 환자 및 보호자 모두를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했고 국민은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의사들이 주인공이지만 이들을 보좌한 간호인력, 발 빠르게 진단검사 키트를 개발한 기업들, RT-PCR(유전자증폭) 검사 및 혈액 채취를 담당하는 임상병리기사, 환자 이송에 적극 나선 119 및 앰뷸런스 운전기사 등의 뛰어난 역량과 헌신이 확산 차단과 치사율 감소에 한몫했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도 많았다. 원격의료가 활성화됐다면 환자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왕좌왕하지 않고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의사·환자 간 원격영상을 통해 이 환자가 곧바로 입원이 필요한 중증 감염자인지 판별이 가능했을 것이다. 전화진료는 오진이 많아도 최근 영상은 화질이 뛰어나 실제와 같이 `표정(ill looking appearance) 진료`가 가능하다. 특히 감염 확진자가 급증해 한 명이라도 더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원격의료를 통해 다른 광역도시 의료진에게 진료를 부탁할 수도 있다.

정영진 신갈 강남병원 원장(경기도병원협회장)은 “확진자가 대량 발생해 의료 시스템 붕괴에 직면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당수 중증환자가 입원실이 없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면서 “원격의료를 통해 중증·경증 환자를 분류해 입원이 절박한 환자에게 우선권을 줬더라면 몇 명이라도 목숨을 더 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병원계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앞으로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결핵, 독감 등과 같은 질병에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일반 환자는 그동안 의료 과소비(의료쇼핑)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도 됐다. 아파도 병·의원을 가지 못하는 불편을 경험했지만 “병원에 안 가도 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체감했다.

◆ 편하고 돈 되는 진료 과목에만 의사들 몰려

감염병은 국경이 없어 언제 어디서든 유입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감염전문의와 함께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내과 및 외과전문의 확보는 한 국가의 의료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국내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적지만, 감염전문의 및 외과의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국비를 투입하고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국내 감염전문의는 약 300명으로 전체 의사의 0.3%에 불과하다. 올해 배출 예정인 신규 전문의 3513명 중 감염전문의는 채 20명(0.5%)이 안된다. 감염전문의가 속한 내과 분야의 신규 전문의는 1046명(30%)이지만 감염내과를 선택한 의사는 극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매해 평균 10~20여 명의 전문의가 배출되는 수준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신종 감염병이 있으면 최일선에서 진료를 담당하고, 국가기관 조언은 물론 요청에 따라 차출되는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는 250여 명에 불과하다”며 “전문의 입문을 희망하는 펠로는 매년 15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은 병원 내 감염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 병원에 감염내과 교수진만 30~40명 두기도 한다”며 “하지만 국내 600~900병상 되는 종합병원에도 감염내과 교수는 1~2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증환자의 생사를 쥔 외과·내과 전문의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종합병원은 진료 과목이 외과는 10개, 내과는 12~13개로 세분화된다. 외과 가운데 일반외과, 흉부외과 등은 당직을 설 수 없을 정도로 의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내과 역시 힘들고 수가가 낮은 진료 과목은 의사 확보가 어렵다.

2020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도 인기과와 비인기과가 극명하게 갈렸고 그 간극은 해가 갈수록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인기과는 `피·안·성` `정·재·영`이다. 피·안·성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를 말한다. 정·재·영은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다. 이들 과목은 개원 비율도 높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회원 수 대비 개원 비율이 가장 높은 전문 과목은 피부과 71.2%, 이비인후과 70.3%, 성형외과 64.1%, 안과 63.6% 순이다. 이와 달리 외과는 최근 5년간 전공의 모집 지원율을 보면 2016년 92.8%, 2018년 84.9%, 2020년 73%로 감소하고 있다.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응급의학과는 2018년 97.6%, 2019년 98.8%, 2020년 99%로 미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의대 정원 늘려 신종 감염병·고령사회 대비

세계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는 그 나라 의료 시스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도 매일 수천 명의 감염자가 쏟아지자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의료진은 물론 병실, 의료장비 부족으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확진자를 1만명 이하로 묶어서 그나마 의료 붕괴를 모면했지만 앞으로 의료진 확충과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위기가 닥쳐야 무엇이 필요하고 부족한지 드러나게 되는데 임시방편으로 넘기고 사태 종결 이후 다시 공백이 지속되면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동원되는 의료인들의 희생만 반복해서 강요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의대 및 간호대 입학정원을 늘려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의과대 입학정원은 2007년부터 3058명으로 13년째 그대로 묶여 있다. 최근 몇 년간 의학전문대학원 정원을 줄이는 대신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의대 신입생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변동이 없다. 간호사는 약 2만명으로 최근 6년 사이 2000여 명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활동 의사 인력은 1000명당 2.3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28개 회원국의 평균 3.3명보다 턱없이 낮다. 활동 간호인력은 6.9명으로 OECD 평균 9.5명보다 적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서울·수도권에 병·의원이 몰려 있고 의사의 약 60%가 6대 광역시에 밀집해 있어 의료진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부족하다”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그에 따른 의료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의사와 간호사 확보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의사들 기피하는 외과·응급의학과…국비 지원해 인재 키우자”

의료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지만 사적 영역이다. 의사는 의대에 입학해 병·의원에 취업할 때까지 정부가 돈 한 푼 지원하지 않으면서 간섭이 심하다고 불만이 많다. 일반 국민과 정부는 의사는 우수한 국가자산으로 사회적·도덕적 책무가 필요하다며 어느 정도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의사도 11~12년 동안 공부를 마친 뒤 개업을 하면 자영업자처럼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진료행위에 대한 대가(수가)는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부 통제를 받는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도 정부가 정해주는 가격만 받아야 한다. 추가로 받으면 처벌을 받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국민은 아주 저렴한 의료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부에서는 의사들이 전문 전공 분야로 기피하는 외과와 일부 내과, 응급의학과의 경우 국비를 지원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인처럼 국민 건강을 담당할 주요 진료과 의사를 국가 세금으로 키우자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이달 19일 의료인 양성에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턴의 연간 수련 비용은 1인당 평균 7302만1000원, 전공의(외과 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는 1억4604만1000원이 소용됐다.

보고서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의사 양성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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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미국은 의과대학 비용을 주정부 23%, 연방정부 연구기금 8%, 의과대학 자체 부담 18%, 임상진료 수입 28%, 기부금 등 다양한 주체가 분담하고 있다. 미국 전공의 1인당 수련 비용의 70%는 메디케어(직접비용 20%·간접비용 50%), 30%는 메디케이드 및 기타 민간 의료보험 회사가 분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인력 양성 및 적성 수급 관리 예산이 249억원이며, 이 중 전공의 육성 지원·전문의 자격시험 관리 예산이 13억원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 양성 비용 분담의 사회적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며 “사회적 협의체에는 국가, 의과대학, 인턴 및 전공의 수련기관, 지자체, 일반 국민, 의협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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