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mk.co.kr)

[Science] 코로나 잡으려면 `집단면역`도 생각해야 한다고요?

By June 7, 2020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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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시대 홍역·장티푸스, 중세 흑사병, 신대륙 발견 당시 북미·중남미 천연두, 1차 세계대전 때 유행한 스페인독감….”

인류 역사는 질병의 역사라고 할 만큼 인간은 끊임없이 바이러스·박테리아와 싸우면서 생존해왔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인 20세기 중반 이전까지는 맨몸으로 바이러스를 상대해야 했다. 이처럼 백신이 없던 시절에 인류는 어떻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바이러스 감염병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바로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다.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팬데믹)하면서 새삼스럽게 집단면역이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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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결국 집단면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스웨덴 같은 나라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집단면역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덕희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무식해 보이지만 바이러스 병원체와 접촉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집단면역을 만드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역시 많은 사람이 본인도 모르게 무증상 또는 가벼운 병을 앓으면서 자연스럽게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집단면역은 특정 감염병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그 질환에 대한 전체 인구집단의 저항력이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일수록 면역력을 가진 인구가 많아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 공기로 전파되는 홍역은 인구의 95%가 면역력을 갖추면 집단면역이 생긴다. 면역력을 갖추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정부가 독감, 홍역 등 감염병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다. 하지만 기존 신종·변종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이 성공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돌연변이가 계속 생기면서 바이러스에 변이가 오기 때문이다. 또 백신 개발이 가능하더라도 최소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백신 예방접종이 불가능하다면 감염병에 걸린 뒤 완치돼야만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몸은 병원체가 들어오면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항체를 만든다. 항체가 병원체를 몰아내는 것이 `자연치유`다. 예방접종은 병에 걸리기 전 이 항체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결국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게 하려면 감염이 확산하도록 방치한 채 병에 걸린 뒤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명률은 2% 수준이다. 그리고 집단면역이 되려면 인구의 60~70%까지 감염된 뒤 회복해 몸에 항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수치를 인구 5000 만명인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3000만~35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60만~7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단감염을 코로나19 퇴치 수단으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이유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많은 사람이 걸려야 하는데 고위험군은 사망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며 “큰 유행이 몰아치면 그만큼 종식이 빨리 되겠지만 이런 방역 대책을 택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김 교수는 “모든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조금씩 확진자가 나오도록 유행을 통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유행 기간은 길어지겠지만 피해가 최소화되고 이 과정에서 백신·치료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방역 수단이 집단감염이지만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대 감염병학 교수는 시사주간지 `애틀랜틱`과 인터뷰하면서 “코로나19가 이미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1년 안에 전 세계 인구 중 40~70%가 감염될 수 있다”며 “이상적인 억제책을 쓰더라도 바이러스 확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많은 사람이 가벼운 증상을 보이거나 자각하지 못한 채 지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해 집단면역이 불가피함을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덕희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그의 발언은 대부분 사람들이 가볍게 앓고 지나가거나 무증상자로 지나가게 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매우 빠르게 세계 인류의 절반 이상을 감염시키고 결국은 인간과 공존하거나 가끔은 우리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로 남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집단면역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인구의 대다수가 감염돼 면역력을 갖게 되면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집단면역이 성공하면 의료시스템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심리적 타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이 집단면역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집단면역 실험은 스웨덴, 영국 등 유럽에서 확산 초기에 시행됐다. 통제를 느슨하게 하면서 확산 속도를 늦추겠다는 전략이었다. 고령자·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에는 격리조치를 시행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은 병을 스스로 이겨내도록 방치해 면역력을 갖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영국, 네덜란드 등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선택한 이유는 집단면역에 필요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인구밀도가 낮다. 스웨덴은 45만㎢에 인구 1000만명으로 인구밀도가 20명/㎢에 불과하다. 한국(509명/㎢) 대비 25분의 1에 그칠 정도로 인구밀도가 낮고 1인 가구도 많다. 둘째는 의료시스템이다. 스웨덴 의료기관은 주로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며 의술 역시 뛰어나다. 한 달에 2000명 이하씩 몇 개월에 걸쳐 확진자가 1만명 발생한다고 가정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13일 현재 1만483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899명이 사망하자 집단면역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모습이다. 집단면역 정책을 고수하던 스웨덴은 상점, 술집, 식당 영업 제한을 발표한 상태다.

집단면역, 즉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자연치유되는 사람을 늘리려면 면역력 강화가 중요하다. 면역력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이다. 면역력은 몸 안의 면역시스템에 의해 작동하며 백혈구라는 면역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혈구는 혈액 1m㎥당 4000~8000개가 들어 있다. 백혈구에는 대식(탐식)세포 또는 매크로파지(macrophage)라는 `큰포식세포`가 있다. 또 식균·살균 작용을 하는 `림프구(T세포·B세포·NK세포)` `과립구(호산구·호중구·호염구)`가 있다. 림프구는 항체(면역글로불린)를 만들기 때문에 많으면 면역력이 강해진다. 과립구는 이물질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많아지면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피부나 장기 점막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 1차 방어체계(선천성 면역), 2차 방어체계(후천 또는 획득면역)에 맞닥뜨리게 된다. 1차 방어는 최전선에 대식세포가 나서고 호중구·호산구가 보병대대로 전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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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대 격인 NK세포(자연면역)는 어디서든 적을 발견하면 즉시 퇴치한다. 수지상면역세포(후천면역)는 1차 전투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적군과 아군의 잔해를 처리하면서 침입자(병원균)의 특징과 약점을 빠짐없이 조사해 2차 방어선 구축과 함께 대책을 세운다. 2차 방어 주력군은 T세포로 적군을 구분해 공격하는 훈련부대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면역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감염병을 비롯해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다”며 “평소 면역력을 높이려면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손을 깨끗이 자주 씻기 △매일 10분 이상 햇빛 쬐기 △예방백신 접종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송경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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